지난달 전 세계에서 44만293대를 판매한 BYD. 이 중 해외 판매만 18만9466대로 1년 전보다 134.5% 늘었다. 이런 가파른 해외 확장의 배경에는 저가 공세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가격 전쟁에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3일 자동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공업정보화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일 ‘자동차산업 해외 경쟁행위 및 준법발전 지침’을 공동 발표했다. 가격 책정과 경쟁, 마케팅, 데이터 관리, 노동·환경 관련 기준 등을 담은 총 20개 조항짜리 지침이다.
핵심은 가격이다. 중국 정부는 업체들이 원가와 현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는 과도한 가격 경쟁을 자제하도록 했다. 가격을 빈번하거나 큰 폭으로 바꾸는 행위도 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이런 조치가 나온 건 중국 내수 시장의 출혈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BYD와 지리자동차, 샤오펑, 리오토, 샤오미 등이 전기차와 PHEV를 중심으로 가격을 깎아온 탓에 수익성 악화와 브랜드 가치 하락 우려가 커졌고, 최근 내수 경쟁을 문제 삼았던 중국 정부가 이제 비슷한 양상이 해외로 번지는 것까지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해 온 BYD와 지커, 그리고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샤오펑의 전략도 이 지침에서 자유롭지 않다. BYD는 지난해 아토3를 시작으로 씰, 씨라이언7 등으로 국내 제품군을 넓혀왔고, 지커에 이어 샤오펑도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한국에서 공격적인 가격 인하나 대규모 할인 경쟁을 벌이는 데 일정 부분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본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차의 가격 공세가 누그러지면 국내 전기차 시장에 걸려 있던 가격 인하 압박도 함께 줄어들 수 있어서다. 다만 마냥 안심할 일만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대신 판매·정비망 확충과 서비스 개선, 신차 투입으로 승부수를 던질 경우, 경쟁의 축이 가격에서 상품성과 브랜드,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더 까다로운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