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지분 늘리고 55조 베팅까지… 한화가 그리는 ‘한국판 스페이스X’, 첫 관문은 누리호 5차

    발사체 하나로 끝날 그림이 아니다. 한화그룹은 이미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인공지능(AI)에 55조원을 쏟아붓겠다는 청사진을 내놨고, 최근에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까지 빠르게 사들이고 있다. 발사체·위성·항공기·우주 데이터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엮으려는 이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판 스페이스X’를 향한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고 이 큰 그림의 첫 시험대가 다음 달로 다가왔다. 바로 누리호 5차 발사다.

    한화

    3일 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지난달 27일 경남 사천에서 제1회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10월 7일을 누리호 5차 발사 예정일로 확정했다. 이번에는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10기를 합쳐 역대 최다인 15기의 위성이 실리는데, 국내 최초로 군집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임무도 포함돼 있다. 현재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발사체 단간 조립과 화약류 장착 등 총조립 작업이 한창이며, 발사대와 추적시스템에 대한 성능확인시험은 이미 마친 상태다.

    이번 발사에서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할이 제작·총조립을 넘어 발사운용까지 넓어진다는 점이다. 누리호 1~3차 발사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제작과 총조립, 발사운용을 모두 주관하고 민간기업은 각 분야에 참여하는 정도였다. 지난해 4차 발사부터 구도가 바뀌었다. 한화에어로가 체계종합기업으로서 제작·총조립을 주관하고, 항우연은 사업 관리·감독과 발사운용을 맡는 방식이다. 당시 한화에어로는 약 300개 참여기업을 관리하며 제작을 총괄하는 동시에 발사운용 인력도 직접 투입했는데, 발사지휘센터(MDC) 4명, 발사관제센터(LCC) 16명, 발사대(LP) 10명, 발사체 이송 안전 업무 2명 등 총 32명 규모였다.

    5차 발사에서는 4차 발사운용 결과와 기술이전 습득 수준을 반영해 한화에어로의 MDC·LCC 참여 인원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발사체를 만들고 조립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발사를 준비하고 통제하는 운용 역량까지 단계적으로 넘겨받는 셈이다. 이 흐름은 6차 발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발사책임자(MD)와 발사운용책임자(LD), LCC 일부 콘솔을 제외한 발사운용 업무 전반에 한화에어로 인력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민간이 독자적으로 발사 서비스를 수행하려면 발사체 개발·제작뿐 아니라 발사 준비·통제·운용 경험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5·6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에 단순한 제작 경험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지분 구도 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등 계열 3개사는 현재 KAI 지분 총 15.89%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라섰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이 기업결합에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보고 승인했다. 아직 이 지분율만으로 한화가 KAI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는 이를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항공·우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보고 있다. 발사체·위성·항공전자·레이더·방산 분야에 기반을 둔 한화가 KAI의 항공기·우주 체계 개발 역량까지 연계하면 항공우주 전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를 보면 이 전략의 무게가 더 실감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7월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2040년까지 우주항공·AI 분야에 총 55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이 중 한화에어로는 약 23조원을 우주 발사체 분야에 투입해 단조립장과 발사체 개발 시험시설을 짓고, 향후 상업발사까지 영역을 넓혀 독자적인 우주수송 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시스템 역시 초저궤도 SAR위성과 위성통신망,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약 20조원을 배정했다. 자체 발사체로 위성을 쏘아 올리고, 그 위성망에서 얻은 데이터를 AI와 국방 시스템으로까지 연결하는 통합 우주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게 한화의 최종 그림인 셈이다.

    정부 역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이후 누리호 후속 발사를 이어가며 연 1회 이상 정례 발사체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연 2~3회 이상 발사가 가능한 민간 주도 상용 발사 생태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한화에어로가 제작 능력에 더해 실제 발사운용 기술까지 손에 넣는다면, 향후 민간 우주수송 사업자로 도약할 발판도 함께 마련하게 된다. 10월 7일로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가 한화에게 단순한 한 번의 발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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