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업체가 데이터센터를 다 지어놓은 뒤 장비를 납품하는 게 아니라, 설계도면을 그리는 단계부터 참여하는 방식이 국내에서도 시도된다. LS일렉트릭과 KT클라우드가 그 첫 사례를 만들었다.

3일 LS일렉트릭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일 서울 LS용산타워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채대석 LS일렉트릭 대표와 김봉균 KT클라우드 대표를 비롯한 양사 경영진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협약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협업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통상 KT클라우드 쪽에서 데이터센터 설계를 마친 뒤 정해진 사양에 맞춰 LS일렉트릭이 장비를 공급하는 순서였다면, 이번에는 그 앞 단계인 설계 과정에서부터 전력기기 관련 기술 검토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기술 검토를 완료함으로써 납기 기한을 단축하고 최적의 AI 데이터센터를 최단기간 내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협약이 곧바로 물량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향후 물량을 미리 배정받아 생산 슬롯을 확보하는 계약과는 성격이 다르며, 실제 전력기기 발주는 개별 프로젝트가 구체화된 뒤에야 진행된다. LS일렉트릭은 그 발주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자사 전력기기를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KT클라우드와 별도로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협의 대상으로 오른 품목은 초고압 변압기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수배전반이다. 이후 무정전전원장치(UPS)와 공조 시스템으로도 공급 품목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더해 양사는 서버룸과 전력 공급망, 냉각 설비 등을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형 데이터센터 구축용 전력 솔루션도 초기 설계 단계부터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LS일렉트릭은 이미 북미에서 주요 빅테크 기업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에 초고압 변압기와 고압 배전 시스템 등을 공급해온 이력이 있다. 이번 협약으로 국내에서는 KT클라우드의 신규 AI 데이터센터까지 공급 협력의 범위를 넓히게 됐다. 다만 이번 MOU에 확정된 전력기기 발주 물량이나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