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같은 동네, 같은 시기에 전셋값이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치SK뷰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 3월 16억원에서 이달 20억원으로 뛰었고, 대치삼성 전용 59㎡도 지난 5월 9억원대에서 지난달 11억원으로 올랐다. 반면 바로 옆 은마아파트는 정반대 흐름을 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평균 전셋값과 거래량은 올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5월 14건 거래에 평균 8억2821만원이던 84㎡ 전세 시세는 지난달 7건으로 거래량이 반토막 났고, 평균 전셋값도 6억3664만원으로 떨어졌다. 불과 서너 달 만에 평균 2억원 안팎이 빠진 셈이다. 현재 시장에는 84㎡ 물건이 4억5000만원에 급전세로 나와 있다.
이 같은 하락은 재건축 이주 시점이 가시화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7월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내주면서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이주 전망이 나오자, 2년 거주 기간을 보장받기 힘든 세입자들이 진입을 꺼리고 있다. 대치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재건축 이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셋값이 폭락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지금 전세로 들어오면 언제 이사를 나가야 할지 몰라 계약까지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에 6억~7억원 수준이던 매물들이 4억5000만원까지 떨어져 나와 있다”며 “계약 기간을 채우기 힘든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해 거래를 맞춰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은마아파트 세입자들이 옮겨갈 대체 주거지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세입자 비중이 높은 대단지인 만큼, 본격적인 이주 단계에 접어들면 일대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 아파트 세입자들이 옮겨 갈 수 있는 주변 아파트들의 전세 물건이 줄어들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대치동 일대에 심각한 전세난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