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되찾은 하늘, 15.89%에 담긴 부자(父子) 12년

    숫자 하나가 한화그룹 방산·우주항공 사업의 12년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15.89%.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율이다. 이 숫자를 만든 건 두 사람이다. 12년 전 삼성의 방산 계열사를 사들인 김승연 회장, 그리고 그 계열사가 한때 완전히 손 뗐던 KAI 주식을 다시, 더 많이 채워 넣은 김동관 수석부회장.


    한화그룹이 2026년 한 해 동안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을 잇달아 매입해 그룹 전체 지분율을 15.89%까지 끌어올렸다. 2014년 삼성테크윈 인수로 확보했다가 2018년 전량 매각했던 10%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 10일 한화시스템이 4998억5077만원 규모의 KAI 주식 매입을 마치면서 계열사별 지분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로 정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음 날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냈다.

    올 한 해 매입 흐름만 보면 속도감이 확연하다. 지난해 11월 한화시스템이 599억원으로 0.58%를 사들이며 시작된 재매입은 3월 4.99%, 5월 4일 10만주 추가 매입으로 5.09%까지 늘었고, 이날 보유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뀌었다. 6월 16일 9.04%였던 지분율은 7월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31만8057주(4998억7399만원)를 사들이며 12.44%로 뛰었고, 같은 날 결정된 한화시스템의 세 번째 5000억원 매입은 애초 연말이던 기한을 33일 만에 끝내며 336만3353주(4998억5077만원)를 확보, 지분율을 1.53%에서 4.98%로 밀어올렸다. 세 차례 5000억원씩, 총 1조5000억원가량이 투입된 셈이다.

    이 매입의 뿌리를 따라가면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11월 김승연 회장은 8400억원을 들여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인수하기로 했다. 삼성테크윈이 쥐고 있던 삼성탈레스 지분 50%와 공동경영권도 함께였다. 인수 직후 그가 계열사 사장들에게 던진 한마디는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키우자”였다.

    이 거래로 항공엔진(삼성테크윈)과 레이더·항공전자(삼성탈레스) 사업이 한화로 넘어왔고, 딸려온 것 중에는 삼성테크윈이 보유하던 KAI 지분 10%도 있었다. 이후 삼성테크윈은 한화테크윈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삼성탈레스는 한화탈레스를 거쳐 한화시스템으로 이름을 바꿨다 — 지금 KAI 지분을 가장 많이 쥔 바로 그 두 회사다.

    하지만 이 10%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한화테크윈이 2016년 1월 4.01%를 팔았고, 2018년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남은 5.99%마저 정리하면서 KAI 지분은 4년 만에 0%가 됐다.

    공백을 메운 건 다음 세대였다. 2021년 3월,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우주 사업을 묶어 ‘스페이스허브’가 출범했고 초대 팀장은 김동관 당시 사장이었다. “엔지니어들과 함께 우주로 가는 지름길을 찾겠다”던 그는 지금 KAI 지분 9.90%를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다.

    결과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두 곳만으로 14.8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의 1.01%까지 더하면 15.89%. 2014년 10%에서 2018년 0%로, 다시 2026년 15.89%로 — 숫자는 한 바퀴 돌아 이전보다 커진 채 돌아왔다.

    그럼에도 KAI 최대주주 자리는 아직 한화 몫이 아니다.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과의 격차는 10.52%포인트. 정부와 수출입은행 모두 매각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

    김승연이 넘겨받고 김동관이 다시 채운 KAI 지분 15.89%. 한화가 밝히지 않은 건 이 숫자가 어디까지 갈지, 그 다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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