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광클’ 부르던 대출 총량관리, 이번엔 주담대에 7.5조 숨통 열릴까

    지난 몇 달 새 5대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는 접수 개시와 동시에 신청이 몰리는 ‘오픈런’과 새벽 시간대 ‘광클’ 현상이 반복됐다. 배경에는 은행권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연초 금융당국과 협의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4조3363억원으로 잡았는데,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13일 기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50조7747억원으로 이미 목표를 1조4684억원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말 644조9700억원과 비교하면 5조8047억원 늘어난 수치다. 연말까지 넉 달가량을 앞두고 목표를 초과한 은행들은 대출 한도 축소, 대출모집인 채널 차단, 비대면 신규 대출 중단 같은 조치를 잇달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정작 이 증가세를 이끈 주범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니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4조6873억원 급증한 158조6058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2조6347억원)를 2조526억원이나 웃돈 것이다. 잔액 규모로는 주담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기타대출이 올해 증가액만 놓고 보면 주담대의 네 배를 넘어섰다. 주가 상승기에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을 동원한 이른바 ‘빚투’ 수요가 쏠린 결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 투자를 위해 빚을 냈다가 주가 하락으로 상환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며 “기타대출 잔액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 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개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을 모두 합친 주담대 잔액은 13일 기준 492조168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1175억원 느는 데 그쳤다. 연간 증가 목표 1조7016억원에 5841억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은행들의 한도 축소와 모집인·비대면 채널 제한이 비교적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점에서 금융당국이 방향을 틀었다.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 말 대비 1.5%에서 3.0%로 올리면서, 늘어난 여력을 신용대출보다 실수요 목적의 주담대에 먼저 배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4일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대출 등 실수요 목적의 자금이 적시에 차질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금융권에 당부했다. 은행연합회 역시 주택 공급 관련 자금 지원은 강화하되 신용대출에 대한 자율적 관리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숫자로 환산하면 어느 정도일까. 5대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가 기존의 두 배인 8조6726억원으로 늘어나고, 이를 주담대 공급에 최대한 쏟아붓는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까지의 주담대 증가액 1조1175억원을 뺀 7조5551억원의 여력이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는 확대된 총량을 주담대에 전액 투입한다는 전제하의 최대 추산치일 뿐, 올해 이미 4조6873억원 불어난 기타대출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실제 추가 공급 여력은 그보다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최종 주담대 공급액은 금융당국의 은행별 한도 배분과 기타대출 상환 규모에 달린 셈이다.

    최근 증시 조정으로 신용대출 증가세 자체가 꺾인 점은 주담대 여력 확대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5대 은행의 1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7664억원으로, 7월 말 대비 13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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